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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 취미1. 글쓰기

무해한 취미생활, 글쓰기 6. 내가 키우는 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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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글은 일주일에 한번 서대문 한옥책방 '서울, 시간을 그리다'에서 진행되는 글쓰기 모임에서 쓰고 나눈 글입니다>


2022. 12.07 주제 : 집이나 직장에서 기르는 식물

2016년 몬스테라
2017년 여인초
2018년 아레카야자
2019년 떡갈 고무나무
2020년 알로카시아

우리집에서 지난 6년동안 유명을 달리한 식물들의 이름들이다. 그리하여 아이들이 나에게 지어준 별명은 식물 연쇠살식(植)범. 이 오명을 씻을 기회도 없이, 외박하는 것 조차 흔쾌히 허락해줄 관대한 남편이 2020년 알로카시아의 운명을 마지막으로 나무 키우는 것을 금지하였다. 분수를 모르는 나는 늘 커다란 나무를 사는데 죽은 후에 그 무거운 것을 버리는 것은 늘 남편의 몫이기 때문이다.

큰 아이 7살때 그렸던 알로카시아.


검색 키워드에서 '실내에서 키우기 쉬운' 혹은 '잘 안죽는 나무' 들 베스트 10에 들어가는 것 중에 골랐고, 화원에서 일했던 친구가 손수 골라 보내준 나무와 흙을 써 시작은 누구보다 나쁘지 않았을테니 키우는 사람의 잘못이 확실하다. 버리는 것도 문제지만 기본적으로 집에서 생명이 죽어나가는 것은 유쾌한 일이 아니다. 게다가 키가 나만한 나무들이니 그 크기에 비례하여 자책감도 커졌다. 나무들이 죽을때마다 물을 너무 많이 줬나 적게 줬나, 벌레가 났을때 약을 너무 적게 줬나 많이 줬나, 창문을 너무 안열어놨나 너무 많이 열어놨나, 우리집 난방이 약한가 심한가 등등 원인을 정확하게 알고 싶어서 여러번 복기 해보았으나 결론은 모르겠다. 아마도 '적당히' 하지 못한 탓이겠지. 그런데 대체 적당한 물과 빛과 온도와 바람은 무엇이란 말인가. 세상일 다 그렇듯이 '적당히'는 너무 어렵다.

궁여지책으로 최근에는 죽이기가 어렵다는 수중 식물들을 키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어려운 일을 해내는 사람이 나였다.이제 남은 것은 큰 아이 방에 있는 마리모와 개운죽 뿐이다. 딸아이는 스스로 인터넷 검색을 해보고 방 온도나 습도에 따라 물 갈아주는 주기를 조절하며 정성껏 키우고 있다. 마리모는 벌써 세번이나 번식을 했다. 행여나 내가 누렇게 뜬 잎을 떼네거나 물을 갈아 줄라 치면 얼마나 난리를 치는지. 흥, 그래도 너희들은 큰 문제 없이 키우니 고마운줄 알라는 소리가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간신히 내려간다.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작은 아이 부터 하나씩 다시 시작해서 나중에 집안의 커다랗고 푸르른 나무들 사이에서 하얀 머리를 반짝이며 아름다운 책을 읽는 예쁜 할머니가 될테다.

타샤의 정원보다는 커다란 나무가 많은 곳을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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