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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 취미1. 글쓰기

무해한 취미생활, 글쓰기 4. 아이와 함께 가는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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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글은 일주일에 한번 서대문 한옥책방 '서울, 시간을 그리다'에서 진행되는 글쓰기 모임에서 쓰고 나눈 글입니다>


2022.11.02 아이와 함께 가는 미술관

 

9살, 7살 두 아이들과의 관람에서  최소한의 우아함을 유지하려면 적어도 세가지의 조건을 갖춘 곳을 택해야만 한다. 첫째 집에서 30분 이내의 거리여야하고, 둘째 전시가 재미있어야 하며, 셋째로 맛있는게 있어야한다. 생각보다 이 세가지 조건을 다 만족시키는 곳이 없는데, 현재로서는 국립현대미술관들과 DDP가 최선의 선택지이다.

 

청주 현대미술관은 전시도 다양하고 야외에 뛰어놀 곳도 있고 임성농장에서 미경산우를 먹는 최고의 코스이지만 서울에서는 가기가 너무 멀다. 노잼 도시 청주라... 청남대 1박 2일 코스에나 끼워서 가게된다. 과천 현대미술관은 일단 오픈전(10시)에 주차를 완료해야만 한다. 들고 나는 길이 왕복 2차선이라 조금이라도 늦으면 대공원 가는 사람들과 함께 찻길에 갖히게 된다. 과천은 우선 보고 싶은 특별 전시를 보고 1층 카페에서 아이스크림 하나를 아이들 입에 물려준 뒤에 다른 전시는 눈치껏 움직인다. 그리고 점심전에 나와 농부네수제갈비집에서 돼지갈비를 먹고 집에 온다. 최근에 생긴 국립 현대미술관 서울은 주차가 그 지역 치고는 용이하고 전시관이 넓어 볼것이 많은데 너-어-무 현대 미술이라 나에겐 너무 어렵다는 단점이 있지만 아이들은 의외로 재미있어 한다. 미디어 아트가 굉장히 많고, 다양한 예술의 형태를 보여주는데 나는 솔직히 멀미가 날 지경이다. 어쨌든 보고 나와서 삼청동으로 걸어올라가 눈나무집의 김치말이 국수와 떡갈비 먹고 내려오는 길에 단팥죽 혹은 팥빙수를 하나씩 먹으면 아주 흡족한 코스가 된다. DDP에 가면 장충동에 걸어서 태극당 모나카 아이스크림을 먹어야 한다.

과천 현대미술관 전시 / 생의찬미

 

최근 받는 상담에서 나의 모든 행동에 대해 항상 '왜'라는 의문을 가지고 들여다 보라는 코칭을 받았는데, 아침에 명상을 하면서 이에 대한 것을 생각해봤다. 어릴적 기억이 떠올랐다. 새로 개봉한 디즈니 영화가 있으면 항상 아빠는 우리를 데리고 서울극장에 갔다. 영화가 끝나고는 피자헛에서 피자를 먹고 집에 돌아오던 것이 생각났다. 아빠는 그 시절 모든 아빠들 처럼 토요일에도 일을 하고 주중에는 얼굴 보기가 어렵게 많이 바빴는데도 주말에는 무조건 우리를 데리고 나가서(운전도 못하면서!) 많은 것들을 함께 했다. 그런 소소한 기억들이 나에게는 살아가는 큰 힘이 된다. 아빠는 45살 젊은 나이에 우리를 떠날것을 알았기에 그렇게 우리를 데리고 다녔을까. 나도 그 나이가 되어 가니 어쩐지 모를 조급함을 느끼는 걸까. 소소한 정보 공유를 위해서 쓰기 시작한 글인데 결국에는 이렇게 사부곡이 되었다. 보고 싶다 아빠!! 눈물이 나기 전에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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