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그의 기일이다. 이제 8년 되었구나.
내 유일한 애청 프로였던 고스트스테이션(줄여서 고스). 마왕이라 불리던 그 사람 신해철.
늘 반말로 방송을 진행했고, 수틀리면 삼태기 매들리를 틀고 도주했으며, 각종 터부시 되는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었다. 이렇게 쓰고 보니 하고 싶은거 다 하고 있는 찬혁군이 생각나는건 왜 일까... (찬혁군 화이팅, 마왕이라면 좋아해줬을꺼야.)
라디오 에피소드 중에 제일 웃겼던거는 윤상 이야기인데, 윤상이 신해철 집인가 작업실인가 놀러와서 같이 므흣한 동영상을 보면서 부시럭 거리며 과자를 먹었는데 불을 키고 보니 금붕어 밥이 었다는 이야기였다. 거기서 마왕이 금붕어 밥 성분을 막 읽어줬고 무슨 색소때문에 혼자 새벽에 킬킬 거렸던 기억이 난다.
마왕을 그냥 정치색 짙은 아티스트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보여줄 그의 진짜 모습은 아래 두가지 동영상이라고 생각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VHQWVmuE58A (JTBC 속사정쌀롱, 신해철이 길잃은 청춘들에게)
https://www.youtube.com/watch?v=voTW14I92wQ (몰래카메라 신해철편)
마왕은 어줍짢은 위로나 충고 대신, 진짜 어른들에게 우리가 듣고 싶은 말을 해줬고, 동료와 친구들에게 인간적이고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고스를 조용한 새벽에 혼자 키득거리면서 듣던 때의 나는 입시에 실패해서 재수를 하고 있었거나, 전남자친구들과 잡아먹을듯한 미친연애를 하던 시절이었거나, 회사에서 거지같이 힘든 시절이었거나, 대구 경북의 딸로 태어나 종녀이며 장녀로 조선일보를 보며 자란 내 20여년의 인생의 가치관이 격변하던 시기였다. 그 시절 고스는 나에게 위안이었다.
지금 나는 마왕이 이야기 했던 가장 평안한 시기를 지나가고 있다. 부모님이 건강하시고 나도 젊고 건강하며 하는 일이 있고, 아이들이 어려 입시같은 것에 신경쓰지 않아 가장 평안한 그 시기.
이제 곧 나의 부모님은 늙어 아프실 것이고 나와 남편도 커리어 관련하여 고민이 생길 것이며 아이들도 사춘기가 오고 이전의 나처럼 속을 썩일 것이다. 그가 있었다면 라디오에서 같이 늦도록 시시덕 거리면 이 이야기들을 나눌수 있었다면 좋았을것을... 나는 벌써 아쉬워하고 있다. 마왕의 말대로 만남의 기쁨도 헤어짐의 슬픔도 긴 시간을 스쳐 지나가는 짧은 순간이니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나 영원히 함께할 그 날을 기다린다.
마지막 사진은 본인피셜 아이돌 1세대여서 얼굴만 믿고 노래했다는 그 시절의 사진으로!!!
'무해한 취미1. 글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해한 취미생활, 글쓰기 6. 내가 키우는 식물 (0) | 2022.12.07 |
---|---|
무해한 취미생활, 글쓰기 5. 나에게 영감을 주는 미술 (0) | 2022.11.09 |
무해한 취미생활, 글쓰기 4. 아이와 함께 가는 미술관 (0) | 2022.11.02 |
무해한 취미생활, 글쓰기 2. 가을음악 (0) | 2022.10.19 |
무해한 취미생활, 글쓰기 1. 만화책 (0) | 2022.1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