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글은 일주일에 한번 서대문 한옥책방 '서울, 시간을 그리다'에서 진행되는 글쓰기 모임에서 쓰고 나눈 글입니다>
2022. 10.19
남편은 회사에, 아이들은 학교에 가고 집에 혼자 남은 나는 설거지 하면서 음악을 들으려고 지니를 불러본다. 내 플레이리스트는 아이들의 취향대로 '문어의 꿈' , 이무진의 '신호등' 등 에 점령되어 있었다. 게다가 쓸데없는 친절을 베풀어주는 AI의 알고리즘 덕에 추천곡은 시쳇말로 폭망이다.
찬바람이 부는 가을이라 하면 '쓸쓸함' 이라는 아주 예측가능하고 게으른 생각으로 선곡을 한다. 이소라 앨범을 듣다가 어쩐지 청승맞은 기분이 들어 고무장갑 한쪽만 벗은 채로 엉거주춤하게 식탁의자에 걸터 앉아 최신곡 인기순위를 훑어본다. 저런.. 순위권 대부분은 어머님들의 사랑을 등에 업은 임영웅과 김호중이 차지하고 있구나... 이것은 나의 취향이 아니니 결국은 늘 듣던 음악들을 플레이 한다.
박주원의 2011년 앨범을 틀었다. 그의 특기인 속주가 나오면 집안일을 빨리 하게 된다. 만족스럽고 효율적이지만 정말 지겨운 선곡이다. 이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은 '방랑자'이다. 최백호와 같이 한 음악인데 늘 트로트 풍의 창법을 가지고 있던 최백호가 보사노바 쪽으로 처음으로 창법을 바꾼 곡이자 처음으로 다른 사람 앨범에 참여한 곡이라고 한다. 이 앨범에 참여하면서 데뷔 40년 이후에 노래를 다시 배운 기분이라고 하는 인터뷰를 본적이 있다. 물론 노래를 기가 막히게 하기도 하지만 그런 자세를 가지고 있어서 여태까지 사랑받는거 같다는 생각을 한다. 참 그건 그렇고, 보사노바 재즈의 종주국?이 브라질인데 이걸 가을의 노래로 선곡하다니!! 이상한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가사는 또 사막에서 길을 잃은 어린왕자를 이야기 하는데 가을이랑 사막이라니.. 이것도 안어울리는거 같기도 하다. 또 쓸데 없는 생각을 이것저것 하다보니 어느새 설거지가 끝났다. 어쨌든 만족스러운 선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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